2016 국제 바자

by Doye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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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 MIIS를 염탐(?)하고자

장장 2시간을 운전해 우리 학교 국제 바자에 참석했던 것이 마치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러버렸고 (나의 1년 어디로 갔지?)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불고기가 먹음직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주걱으로 휘젓고 있다.

 

항상 민낯으로 맞이했던 얼굴들에 기대감으로 홍조가 띠고 윤기가 흐른다.

 

세월 참 빠르다.

특히 통역대학원은 더욱 그런 것 같다.

 

통대의 수업 시간은 참 다이내믹하다.

교수님은 우리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을 단 1초도 용납하지 않으신다.

긴장되는 수업 시간과는 반대로

우리의 삶은 지극히 단조롭다. 무채색인 셈이다.

 

일요일 – 끝날 것 같지 않은 각종 과제로 하루종일 씨름하기.

어제 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

그래도 주말인데 주말 같지 않음을 불평하기.

월요일 – 앗 월요일이다. 정신 차리자!

화요일 – 오늘 무슨 요일이지? 제발 정신 차리기!

수요일 – 내가 과제를 다 냈던가? 나의 정신은 어디에?

목요일 – 뭐라?!! 오늘이 벌써 목요일이라고? 진짜?

금요일 – 아 조금만… 조금만… 이제 곧 주말이다. 한주 뭐했지?

토요일 – 가뿐하게 빨래하고, 방 청소하고, 장 보고, 요리하고, 산책하고, 디저트 먹고,

드라마 보고… 남는 시간에 공부도? ㅋㅋ

일요일 – 흑 난 아직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할 마음에 준비가 안 되었다고!!!! ㅠㅠ

 

절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매우 단순한 하루하루가

절대 단조롭지 않게

무한 반복되는 그런 느낌이다

 

모든 수업은 2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나와 내 동기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 희. 노. 애. 락을 경험하곤 한다.

그것도 참 다이내믹하고 스펙타클하게…

동기들의 얼굴에 또 그들이 보는 내 얼굴에 모든 것이 녹아있다.

이젠 말 안 해도 알 수 있다.

 

“괜찮아. 괜찮아. 나도 딱 그 느낌이야!”

 

저녁 10시가 되면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눈은 안 오는 것 같다)

변.함.없.이

인근 부대의 병사가 트럼펫으로 미국 국가를 연주한다

바람결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그 소리를 듣고 있자면

고향에 있는 부모님이 절로 생각난다.

짧은 연주가 끝나면

다음은 바닷가에서 한가로이 널브러져 있던 물개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소통을 시작한다.

(무슨 할 얘기가 많은지 매일 참 시끄럽다.)

 

하루하루 참 바쁘게 보내는데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아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일상을 살다 보니

우리는 호시탐탐 ‘이벤트/사건’을 노린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보잘것없는 작은 사건일지라도

우리는 누구보다 크게 반응하고 격하게 반길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실제 그렇다.

 

바자는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큰 사건이다.

 

몇 주 전부터 메뉴를 정하고

학교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필요한 재료를 주문하고

각자의 동선과 역할을 나누고

복장을 정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바자 D-1

약간의 두근거림 품은 체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부터 나름의 007작전을 펼쳐

무사히 세팅을 끝냈고

은근히 판매 실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옆의 부스(대만) 때문에

초반에 잠깐 무언의 신경전이 있었지만

우리의 메뉴가 워낙 훌륭해 나중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예년과는 다르게 오후 3시라는 생뚱맞은 시간에 바자를 진행했지만

음식이 있고

음악이 있고

벗들이 있어

참 즐거운 하루였다.

문뜩 이 모든 것도 추억이 되고

곧 있으면 너무나 익숙한 이런 일상들을 더는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벌써 너무 아쉽다.

 

통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시간에 쫓기고

과제에 쫓기고

방대한 양의 정보에 눌리고

연습량에 눌린다.

 

하지만

순수 나를 위해 투자하고 집중하며

내가 설계하는 미래에 조금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매우 값지고 보람찬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바닷가에 있는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이벤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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