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1] 2021 CI 전공 Haeeun Grace Kim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첫 포스팅으로는 2021년 졸업생인 김혜은(Haeeun (Grace) Kim)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선배님은 졸업 후 인하우스 통번역사를 선택하는 대신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미국 동부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저와는 재학생과 재학생 및 졸업생을 연결해 멘토링을 진행하는 MIIS의 프로그램인 TILM Mentorship Program을 통해 연이 닿았습니다.

아무래도 통번역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거나 이미 재학중인 학생들의 경우 재학 중에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또 비대면/대면 수업의 차이 여부 등이 궁금할텐데요, 올 상반기에는 여건이 되는 대로 졸업생 인터뷰를 몇 개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인터뷰는 질문-대답 형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에 한영과 CI 전공으로 졸업한 김혜은이라고 합니다. 2021년 9월부터 프리랜서로 전업한 현재는 애기 통역사구요, 현재는 미국 보스턴 옆 케임브리지라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학부는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마쳤습니다.


학부 때는 무엇을 공부하였고 어떤 계기로 통번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학부 때는 Global Studies (세계학)을 전공했습니다. 흔히 국제학으로 통칭되는 International Studies와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요, 조금 더 넓은 측면에서 Globalization과 관련된 모든 사회과학 과목을 전부 들을 수 있는 일종의 자율전공과 비슷한 학과였어요. 저는 특히 그 중에서도 도시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정치, 경제, 역사, 지리학 등의 수업을 많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졸업 후 무엇을 해야겠다라는 큰 목표가 있었다기보다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는 전공을 택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는 통번역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통번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교회 자원봉사 통역이었어요. 학부 시절 미국에서 대형 다민족 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영어 예배를 한국어로 통역할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여 자원봉사자로 지원했어요. 생애 첫 동시 통역을 해 보고 통번역을 조금 더 공부해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가진 언어적 능력을 활용해서 서로 다른 두 집단을 연결해 준다는 게 굉장한 보람이었고 이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면 보람있겠다고 느꼈어요.

그러던 중 마침 3학년을 마치고 일하던 싱크탱크의 상사분이 한영 통역사로 활동 중인 친구 얘기를 해 주셨어요. 그 친구가 미들베리라는 학교를 나왔고 재미있게 잘 살더라라는 이야기를  우연히 해 주신거죠. 그 때 미들베리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이 학교를 거쳐 통번역사가 되어볼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한영 통번역사가 되려면 한국에서 통대를 나와야 하는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한영 통번역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진학했어요.

ATA 행사에 참가한 김혜은 선배님과 동료들

 


2019년 가을에 입학하셔서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고루 경험하셨는데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비교해 보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저는 2019년 가을, 그러니까 1학년 1학기와 2학기의 반만 대면으로 진행하고 2020년 3월부터 졸업까지는 비대면으로 수업을 들었어요. 2020년 봄학기 중 학교 차원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수업을 전면 비대면 전환하였고 당시에는 on-campus 수업 참여가 필수가 아니었어요. 따라서 대면과 비대면을 고루 경험했는데요, 기술적 측면으로만 보자면 비대면 교육의 질이 결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수업 참여자 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어요.

다만 비대면 수업으로 동기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주말마다 만나서 머리 식힐 시간을 보내거나 공부가 힘들 때 서로 응원할 수 없다는 게 한가지 아쉬움이었어요.


몬트레이는 대도시와는 달리 다이나믹하기보다는 한적한 곳 같은데 이 곳에서 공부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불편했나요?

저는 주로 대도시에서 줄곧 생활했지만 학부를 인구 8만 명인 소도시에서 마쳤기 때문에 소도시가 낯설지는 않았어요. 몬트레이 주변에는 뭐가 없다라는 말도 있는데 사실 과제 하랴, 스터디 하랴 하루를 다 보내고 나면 어디 가서 뭘 하고 놀아야지라는 생각을 할 틈도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한국에 있다가 오신 분들은 더 크게 느끼실 것 같은데 공기가 정말 좋아요. 조금만 걸어나가면 바닷가에서 해달도 구경할 수 있고.. 이건 정말 오셔야 크게 느낄 수 있는 건데 자연과 가까이 산다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돼요. 주변에 하이킹 트레일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몬트레이에 살 때 많이 가 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어요.

몬트레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다사자

MIIS에서 체득한 공부 방법 중 유용한 공부 방법이 있나요? 그 중 현재까지 잘 활용하고 있는 공부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먼저 스터디 자료를 찾는 방법부터 말씀드려 볼게요. 1학년 때는 교수님이 아직 구체적 스피치 주제를 주시기보다는 다음 주에 다룰 큰 주제를 주실텐데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를 때면 저는 이 주제를 나무위키나 위키피디아에 먼저 검색해봤어요. 특히 해당 페이지를 읽기 전에 출처를 먼저 확인한 후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스캔하듯 그 페이지를 쭉 읽어보고 이 주제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감을 잡았어요. 여기서 자주 나오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신력 있는 언론사, 대학 연구 기관, 싱크탱크 등에서 나오는 자료를 검색해 보곤 했습니다. 언론사는 구글 뉴스를 많이 찾아봤고요, 싱크탱크는 정치외교 관련은 CSIS브루킹스 연구소, 북핵관련해서는 아산정책연구원을 애용했어요.

신문 기사의 경우 매일 30분씩 신문 읽기 시간을 가졌어요. 이건 이연향 통역사님이 하시는 방법에서 따온 건데요, 이코노미스트 종이 버전을 구독해 목차를 펼쳐보고 관심가는 주제의 기사를 그냥 읽어봐요. 그 다음에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하니까 목차로 돌아가 읽은 기사에 표시를 해요. 천 리 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면서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와 관련해서 스터디 log를 매일 기록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매일 얼만큼 공부했는지 기록하면서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는 게 저에게는 매우 중요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유료 구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뉴욕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학생들에게 학생할인을 많이 제공힌; 이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종이 신문이나 잡지를 배달 받으면 아무래도 눈에 보이다 보니 공부를 강제로 하게 돼요.


요즘은 비대면 통역이 많은데요, 통역사로서 꼭 갖춰야 하는 기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분야는 샘 교수님께서 잘 아실텐데요, 우선 저는 마이크 달린 USB 헤드셋을 꼽고 싶어요. 라인 마이크나 컴퓨터 내장 마이크을 이용하면 음질이 확실히 떨어져요. 또 노트테이킹을 할 때 아이패드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필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졸업 후에는 RSI (Remote Simultaneous Interpretation)를 많이 하게 될 수도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WiFi보다는 케이블을 연결해 인터넷 접속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일부 에이전시의 경우 WiFi를 사용하는 통역사와는 일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답니다.

실제 사용 중인 사용중인 USB 마이크와 오버이어 헤드셋 및 백업 헤드셋

이번 학기가 지나면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데요, 여름 인턴을 해 보셨다면 어디에서 일하셨는지요? 또, 여름 인턴을 하는 것을 추천하시는지요?

저 같은 경우 1학년이 끝난 여름 방학에는 시카고의 에이전시와 연락이 닿아 의료 통역을 했고요, 2학년을 마치고서는 Wish라는 모바일 쇼핑회사에서 Language Specialist로 3개월 간 인턴으로 일했어요. 말하자면 번역 인턴 느낌이었는데요 다른 팀이나 엔지니어들과는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는지, 회사 내에서 언어별 우선 순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등 회사가 돌아가는 방법 및 로컬라이제이션 분야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여름 인턴은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TLM 전공자의 경우 실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해서 하시는 게 좋고, 통번역 전공자의 경우 긴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일을 하시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어떤 것을 새로 배우셨나요?

통번역 스킬 자체는 학교에서 너무나 훌륭하게 훈련시켜 주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었는데요, 일을 하면서 통번역 외적인 부분에서 새롭게 배우는 게 많았어요. 제가 초보 통번역사로서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건 거절하는 방법을 아는 것(How to say No)이었어요.

클라이언트나 LSP (Language Service Provider)가 너무 낮은 요율을 제시하거나 납기일을 너무 빠듯하게 주는 등 좋지 않은 근무 조건을 제시할 때, 일을 막 시작했으니까 무조건 일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요, 그럴 때에는 전문 통번역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단호하지만 정중하게 안된다고 말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요율이 너무 낮은데 여기까지 올려줄 수 있나요?”, “납기일이 너무 빠듯한데 이 때까지 늘려줄 수 있나요?”, “일이 매우 재미있어 보이지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단호하지만 정중하게 말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새로 배웠어요. 또, 요율이나 일 관련 정보를 과 불문 친한 동기들과 나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한국어가 아무래도 소수 언어인데요, 한영통역사로 일하면 주로 어떤 분야의 일을 하나요? 한국처럼 다양한지, 아니면 특정 분야의 일이 많은 지 궁금합니다.

아는 선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미국에서는 한국만큼 인하우스 한영통번역사 수요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수요가 있는지는 제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영어라는 권력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역사를 직원을 따로 두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때문에 아무래도 프리랜서 고용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 기업이 강세인 업계, 예를 들어 반도체, 게임, 웹툰, 등의 업계에서는 인하우스 통번역사를 활발히 뽑고 있어요. 또 제조업이 주력인 중서부 자동차 관련 회사에서 통번역사를 채용하기도 한다고 해요.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게 있었나요?

아무래도 초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아직은 클라이언트 네트워크가 작아서 일을 하는 와중에도 다음 일이 바로바로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게 돼요. 하지만 처음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라 생각해요. 통번역 공부를 하는 것처럼 꾸준히 하면 클라이언트들에게 인정을 받고 계속 재미있게 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퇴를 고려하면 앞으로 30-40년은 더 일을 할 텐데 5개월 일을 해보고 속단할 수는 없죠. 교만하지 않되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해 보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재학생들을 위해 이 시기에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려요.

1학년의 경우 1학년 2학기가 동시 통역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일텐데요, 교수님께서 가르치시는 대로 따라가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오피스 아워에 교수님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정말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시지만 학생이 직접 도움을 호소하지 않는다면 먼저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어요. 실제로 한 선배는 2학년 내내 매주 샘 교수님을 찾아갔었다고 하는데요, 매주 시간을 내어 주실만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세요. Resume나 CV 관련 질문이 있다면 커리어 센터의 TILM 담당인 Winnie 찾아가면 많은 도움을 주실 거예요.


멀리 동부에서 한 시간 가까운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시고 여러가지 좋은 말씀을 나눠주신 김혜은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스터디 자료를 찾는 방법이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영과 블로그는 다음 인터뷰이를 적극 모집하고 있습니다. 추천하시는 분이 있거나 인터뷰에 직접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yhong@middlebury.edu로 메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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