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의 절반은 통역이 아닙니다.”: 통번역과 재학생의 의료통역 체험기

뜻밖의 기회

통번역과정 1학년을 마치고 난 여름방학이던 2020년 8월, 일리노이주 소재 ‘I’ 의료통역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의료통역 연수를 받고 프리랜서 의료통역사가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3월 초에 제의받았었던 다른 인턴십이 코로나19로  무산되어 시카고 집에서의 ‘여유로운 여름방학’을 예상하던 중,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의료통역 트레이닝을 받아보지 않겠느냐는 에이전시 리크루터의 메시지를 받고 난 후였습니다. 리크루터는 한국어 통역 요청이 적지 않으며, 코로나19로 줄었던 대면진료 수요가 곧 반등할 전망이라는 귀띔도 해주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에이전시의 대표는 의료통역 자격시험 개발을 주도하는 등 미국 의료통역계에서 영향력있는 MIIS 동문이었습니다. 트레이너와 매니저는 제가 MIIS재학생이라는 사실을 듣고 “경력자이니 밑고 맡기겠다”며 실습과정 일부를 면제해주기도 했습니다. 여러 분야에 포진한 선배들의 약진 덕분에 알려진 이른바 ‘미스 마피아(MIIS Mafia)’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매일 수업 시작 전 진행된 의료용어 퀴즈

에이전시와의 ‘40시간 연수’는 의료통역 전문자격증 (CHI, NBCMI 등) 취득 및 에이전시 소속 프리랜서 활동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온라인 강의 및 현장실습 형식으로 3주간 진행되었습니다. 기억력 향상, 노트, 문장구역 등 기초 통역실력과 더불어 의료통역의 특징, 의료용어, 윤리강령, 시나리오별 상황대처 등 의료통역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인근 병원을 방문해 현직 통역사 업무를 참관하고 (다른 훈련생들의 경우) 현직 통역사 감독 아래 직접 통역해보는 실습과정을 거친 뒤 프리랜스 의료통역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현장실습을 했던 시카고 ‘R’대학병원

의료통역은 쉽다?

‘의료통역은 쉽다’, ‘의료통역은 아무나 한다’는 편견을 깨준 것은 시나리오 훈련과 현장실습이었습니다. 대부분 짧은 문장단위로 순차통역만 하고, 동시통역 때와는 달리 연사(의료진 또는 환자)의 발언 내용을 재차 확인해도 된다는 점에서 ‘통역 잘 못해도 의료통역은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오해였습니다. 실제 통역현장에서 발생했던 상황을 정리한 시나리오 훈련 자료를 보며 연습해보니, 통역 실력과 의료분야 지식은 물론, 순간적인 판단력과 상황대처 능력, 높은 윤리의식과 준법정신,  감정조절능력 등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 자질들이 상당수 요구되는 일이었습니다. 수술을 앞둔 환자, 수술 후 재활치료중인 환자의 통역을 해드리면서는 낯설고 긴장되는 상황에서 환자와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사람으로서, 단순 ‘언어 변환자’ 이상의 역할, 즉 ‘신뢰’와 ‘소속감’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의 쾌유를 최우선시하는 마음, 그리고 의료진과 다른 병원 직원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정신이 없다면 의료통역사는 자칫 환자의 상처만 키우는 입장이 될 수도 있는 무거운 자리라는 점을 배웠습니다. 실전 통역연습 파트너가 되어주었던 현직 한국어 통역사가 “통역의 절반은 통역이 아니다”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 게시물에 언급된 프로그램은 재학생의 개인 참여활동이었으며, 미들베리국제대학원과는 관련이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지난 30여년 간 MIIS는 스탠포드의료원(Stanford Healthcare)과 협력하여 매년 여름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의료통역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습니다. 관련 자료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MIIS-Stanford Health 인턴십 프로그램: https://www.middlebury.edu/institute/news/stanford-health-care-hires-miis-student-interns-29th-straight-year

-스탠포드의료원 통역서비스팀: https://stanfordhealthcare.org/for-patients-visitors/interpreter-servic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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