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대생을 위한 겨울방학 책 추천

미들베리국제대학원 도서관 Segal Library 전경

뛰어난 번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 뿐만 아니라 탄탄한 작문실력, 특히 모국어 작문실력이 필수라는 점을 교수님들께서 늘 강조하십니다. 이를 위해 평소에 꾸준히 좋은 글을 읽고 직접 써보는 것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번역을 참고하는 것도 권하십니다.

이 때문에 MIIS 교수님과 학생들은 종종 서로에게 ‘잘 쓴’ 책이나 기사, 번역 작품 등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한국적 정서를 영어로 효과적으로 풀어낸 장편소설, 글솜씨는 유려하나 원문의 의도를 왜곡한 번역 소설, 원작과 번역본 모두 명작으로 인정받은 고전문학작품과 논픽션 등을 읽어보면서 다양한 번역 사례를 접하고 나아가 자신의 번역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유용한 한영 번역 참고 문헌으로 MIIS 교수진과 학생들이 추천한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Best Korean-American Literature: Pachinko by Min Jin Lee (2017)

About the Book: 한국계 미국인 작가 Min Jin Lee(이민진)의 소설 Pachinko는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부터 경제 호황기인 1980년대까지, 부산 영도부터 오사카 이카이노, 요코하마에 걸친 한 재일 한국인 여성 ‘순자’와 두 아들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후 찾아온 한반도의 비극과 일본의 물질적 풍요, 재일조선인 운영자가 많은 파친코 업계, 일본 주류 사회에 진입하고 싶은 재일조선인의 열망과 여전한 ‘자이니치’ 차별 등 한국에서도 쉽게 전해듣지 못하는 재일동포의 이야기를 ‘순자’의 관점에서 호소력 있게 소개합니다.

The T&I Takeaway: 한국 고유의 문화적 표현을 영어로 쓰려다보면 자칫 ‘역주’와 ‘별표(*)’를 남발하거나 장황한 설명체를 이어가기 쉽지만, 작가는 한국적 정서의 보존과 감각적인 영문학적 표현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춥니다. 김치를 보관하는 ‘옹기,’ 당시 귀한 음식이던 ‘굴비’, ‘고생’으로 점철된 여자의 ‘팔자’와 같은 표현이 담긴 영문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한국어 표현을 그대로 음차한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Most Controversial Translation: 한강,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2007)

About the book: 주인공 ‘영혜’가 더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영혜는 ‘육식’으로 대변되는, 일상과 주변인의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집안의 모든 고기 요리를 버리며 채식을 시작하고, 그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결과를 온몸으로 감당합니다. 2016년에는 비영어권 작품에게 주어지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The T&I Takeaway: 맨부커상 수상 후, 번역계에서 번역이 원문을 지나치게 왜곡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번역본의 톤이 원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원문에 없는 문장을 다수 첨가하는 등 번역가의 재량이 지나쳤다는 지적과 더불어, 한국어 문장의 생략된 주어를 잘못 표기하거나 엉뚱한 단어를 사용하는 등 미숙한 한국어 실력에서 기인된 오류도 다수 지적되었습니다.

2016년 수상 후, 다른 문화권 독자에 대한 배려와 번역가 재량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 경쟁력 제고 방안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가 국내외 번역계에서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작품의 번역가 Deborah Smith 역시 “원문에 충실(faithful)하려고만 하다가 독자에게 충실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본인의 번역 철학을 밝힌 바 있습니다.

Best Classical Korean Literary Translation: 혜경궁 홍씨, <한중록(Memoirs of Lady Hyegyong)> (1795)

About the Book: 혜경궁 홍씨의 궁중회고록. 총 네 편으로 구성된 회고록은 혜경궁 홍씨의 유아기부터 세자빈 간택과 입궁, 남편 사도세자의 비극, 정쟁으로 인한 가족의 비극에 이르기까지 50년에 걸친 궁중 일생을 담고 있습니다. 회고 내용의 방대함은 물론, 치밀하고 극적인 내용 전개와 화려한 문체로 인해 조선 최고의 고전문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The T&I Takeaway: <한중록>의 영문 번역은 김자현 박사 (Jahyun Kim Haboush, 1941-2011)의 손을 거쳤습니다. 한국어, 영어 언어와 문화에 모두 정통한 동아시아문학 전문가의 정확하고도 가독성 높은 번역은 고전문학 번역의 훌륭한 사례로 손꼽힙니다.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혜경궁 홍씨라는 인물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한 서문(Introduction) 역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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